애플에서 일이 너무 고될 때, 동료들과 주고받던 농담이 있다. "애플의 1년은 일반 기업의 6년과도 같다." 일반 기업에서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애플의 업무량은 어마어마하다. 아주 작은 업무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일 회신해야 하는 메일이 백여 통에 이른다. 하루 평균 참석해야 하는 회의는 최소 네다섯 개로, 7 회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여러 차례 사전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량의 자료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건 기본 업무이다. 나아가 디자인팀, 제품 설계팀, 엔지니어링팀, 마케팅팀, 부품 공급업체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이때 얼마나 많은 마찰이 생기는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일을 최적 해낸다.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단순함이다. 애플 직원들은 하나같이 단순하게 일한다. 그들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하기까지 이루어지는 복잡한 의사 결정을 매우 효율적으로 심플하게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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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우리가 평가해
잡스는 복귀하자마자 각 사업부 조직의 책임자를 모두 해고했다. 그다음 회사 전체를 기능별 조직으로 재편하고, 자신이 직접 팀을 지휘했다. 그리고 실적에 따라 각 사업부를 평가하는 대신 회사 전체를 하나로 묶어 실적을 평가했다. 이와 함께 기능별 조직을 이끄는 수석부사장들이 잡스를 중심으로 (회사의 방향과 전략에 따라)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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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도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실제 업무에서 두 팀의 상하 관계는 확연히 드러난다. 실무담당자들끼리의 회의는 말할 것도 없고, 제품설계팀의 디렉터 보고회의 분위기는 거의 살얼음판이다. 이 회의는 개발 중인 제품에 관해 제품설계팀이 엔티니어링팀에 보완을 요구하는 자리로, 아주 신랄한 지적과 예리한 질문이 오간다. 이런 분위기가 업무 질서로 자리 잡게 된 건 잡스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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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기술을 이끄는 가운데, 기술은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잡스는 단순함이 정교함의 궁극적 형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아하고 섬세하면서도 사용자가 사용하기 편한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해 각 부서가 질서를 엄격하게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 23p
안 된다고 하지 말고 해법을 가져와!
한 기술 디렉터가 맡은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 현황을 부사장에게 보고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기능을 해당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자 부사장이 이렇게 답했다. "젠장, 애플이 만드는 제품과 기술 중에 쉽게 할 수 있는 게 있었나? 그렇게 쉬우면 내가 왜 당신을 고용해서 이 일을 맡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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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제품의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모든 이슈에 관해서는 디스플레이팀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전문가라면 최고의 실력과 그에 걸맞은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직원은 애플에서 무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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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서는 상사앞에서 절대 해선 안 되는 말이 있다. 바로 "모르겠습니다", "안 됩니다" 그리고 "불가능합니다"이다. 만약 당장 제시할 햏법이 없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가능한 대안은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 앞에서 "모른다, 안된다, 불가능하다"라고 답하는 행위는 "저는 무능해서 애플에서 쓸모없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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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플에 입사하기 전 다녔던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내가 이 분야 전문가인데, 그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합니다"라는 말을 쉽게 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 지어, 소위 '전문가'가 가능하다고 말한 범위 내에서만 제품을 설계하고 개발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전문가는 애플에 발을 붙일 수 없다. 애플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사안에도 대안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애플에서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단 하나도 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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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는 절대 금물, 논쟁을 즐겨라
애플에서는 업무담당자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일이 무례한 요청이 아니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답을 들을 때까지 "왜 그렇게 되는 건가요? 어떻게 그렇게 도출되는 거죠? 만약 예측대로 결괏값을 얻을 수 없다면요?" 등으로 계속 질문할 수 있어야 잘 훈련된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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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사장은 이따금 의외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고는 디렉터와 매니저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반박하고 논쟁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답하는지를 관찰하며, 유능한 직원이 누군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서다. 이때 의견을 내지 못하고 조용히 있는 디렉터나 매니저는 자신의 무능을 부사장에게 고스란히 보여주는 셈이다. 왜냐하면 이런 논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더 나은 결과와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조직의 방향이 하나로 결집되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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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을 마칠 즈음에 그는 내 의견에 대부분 동의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며칠 후 다시 만나서 같은 내용을 의논할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다시 내 생각을 물었다. 처음에는 나에게 싸움을 거는 건가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매니저가 의도적으로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내가 그의 의견을 듣고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압박의 상황에서도 다른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하는지를 평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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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암으로 투병 중이던 잡스를 대신해 팀 쿡이 최고경영자로 나섰을 때, 사람들은 애플의 혁신은 끝났다고 여겼다. 눈부신 혁신을 주도했던 잡스가 애플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잡스는 애플에 위대한 유산을 남기고 떠났다. 바로, 논쟁을 통해 혁신을 이루는 방법이다. 이 유산은 애플의 모든 부서에 자리 잡아 애플 직원들이 일을 대하는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모두의 우려와 달리, 잡스 사후에도 애플이 여전히 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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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함만 용인되는 완벽주의
그중에서도 애플의 기업 문화는 단연 특이하다. 이는 완벽주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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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은 거라며 적당히 넘어가는 방식이야말로 애플에서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업무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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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처음 참석하는 실무담당자 회의에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동료들이 내 발표 자료에서 아주 사소한 부분의 논리적 허점부터 단어의 의미까지 하나하나 물고 늘어지며 논쟁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그들은 내가 만든 도표의 테두리 색이 너무 진해서 메시지가 잘 읽히지 않으니 연한 색으로 바꾸라는 지적부터 같은 슬라이드에서 여러 서체를 쓰지 말라는 것까지 아주 세세한 부분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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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질문하는 태도를 보면, 마치 "당신이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내가 한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다. 따라서 당신은 업무에 관한 내 질문에 성실히 답하고, 당신의 업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계속 증명할 의무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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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애플에서 일한 6개월이 다른 회사의 3년처럼 느껴진다고 했는데, 이는 과장이 아니다. 애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그 정도로 애플의 업무 강도와 긴장감은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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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느냐 밟히느냐
밑천을 드러낼 각오가 되었는가?
애플에서 일하면 매니저로부터 정말 많은 질문을 받는다. 질문이야말로 그 사람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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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건 특정 가설에 관한 생각을 논리적으로 답해야 할 때이다. 매니저는 시시때때로 개발 프로그램의 특정 이슈에 관한 논의 중인 가설을 언급하며, 여기에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그것을 검증하려면 어떤 분석 과정을 언제까지 실행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질문한다. 만약 상황에 해 보라. 카페테리아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우연히 매니저를 만났다. 그런데 그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A라는 프로젝트에 이런 이슈가 있는데, 생각하고 있는 가설이 있나? 그걸 증명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만약 답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당신의 무능함을 증명한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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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닭이 성공한다
K는 자기 부서 일이 아닌데도 언제나 나서서 자기 의견을 말한다. 심지어 자신의 생각을 관철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다.
이런 동료와 일하고 싶은지 한번 생각해 보자. 그다음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이런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어 할지 생각해 보자. 대개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나대는 타입의 군'이라고 선입견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럼 애플에서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볼까? 채용하고 싶어 할까? 애플의 직원들은 이런 동료와 일하고 싶어 할까?
애플은 이런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능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다수 기업에서는 논쟁적이고 호전적인 직원을 쓸데없다고 하거나 쓸데없이 일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애플에서는 이런 직원을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고 제시하며, 남들이 대충 넘어가는 부분까지 찾아 개선하는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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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회의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으나) 동료의 발표 슬라이드에서 허점을 발견해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그의 빈틈을 드러나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런 지적 때문에 동료를 적으로 만들게 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애플의 기업 문화이기 때문이다. 도움이 될 만한 지적을 했는데 그것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질문을 받은 사람이 모든 회의에서 배제될 수 있다. 동양적인 겸양이나 '침묵이 금'이라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면 바로 취급받기에 심상인 애플에서는 우직한 소보다 노련한 싸움닭으로 움직여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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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걸 얻으려면 물불 가리지 마라
겪고 보니 애플이야 말로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태도'를 요구하는 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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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면 협업해야 하는 직원들이 세계 곳곳에 있어서 업무 외 시간에 자료를 주고받을 때가 정말 많다. 이때 시차 때문에 회신을 늦게 하거나 새벽에 온 메일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회의에 참석한다면, 다음 회의에서 내 자리는 사라질지 모른다. 애플에서는 실무담당자부터 매니저, 디렉터까지 그 누구곧 "자료를 늦게 받아서..."와 같은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무조건 결과로 이야기해야 한다. 회사에 필욯한 자료를 제때 보고하는 것이 담당자의 '기본' 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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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는 기업이란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 열정으로, 탁월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잡스의 이러한 직관과 열정은 애플을 혁신의 대명사로 만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문제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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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핸스 창립자인 스콧 벨스키(Scott Belsky)는 저서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실현됐을까>에서 제약 조건이 오히려 우리의 에너지를 관리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즉, 가용자원이 제한적일 때 오히려 생산성을 발휘하게 되고,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는 <천재들의 창조적인 습관>에서 결핍이 없으면 영감이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간과 자원이 부족하면 긴급성을 깨닫고 열정을 키울 수 있지만, 시간과 자원이 충분하면 오히려 게으름과 자만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트와일라 타프는 신이 어떤 사람을 실패하도록 만들려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자원을 무제한으로 주는 것일 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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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한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는 일도, 하루라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온종일 붙들고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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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일잘러들은 모두 회의에 적극적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회의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고, 그래서 완벽히 준비하고서 회의에 참석했다. 신랄한 이야기가 오가는 분위기 때문에 회의를 두려워했던 나는 그들의 모습을 참고하면서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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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입사하면 회사에서 지급하는 맥북 컴퓨터를 쓰게 되는데, 이때 슬라이드를 만들 때는 파워포인트와 비슷한 기능의 맥북 컴퓨터 프로그램 '키노트(Keynote)'를 사용한다. 누군가 고도 슬라이드를 만들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실무 엔지니어들은 자기 전공이 재료 공학이나 기계가 아닌 키노트 공학이라고 농담 삼아 말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애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만든 슬라이드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다른 회사에서 어떤 직원이 제출한 슬라이드만 보고, 그가 애플 경력자인지 아닌지를 맞출 수도 있다.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그들이 만든 슬라이드에는 핵심 메시지, 도표, 색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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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애플 직원이 만든 슬라이드에는 발표자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목표가 분명히 표현돼 있다. 와튼 스쿨 MBA 교수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Stuart Diamond)는 저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회의에 참석하기 전, 이 회의를 통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자문해 보라고 말한다. 바로, 이 자문 행위를 애플 직원들은 꼭 한다. ‘당연한 소리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이 회의를 통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회의에 참석한다. 그러다 보니, 발표 자료에는 의미 없는 정보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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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발표 자료를 만들 때,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은 상대방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추측은 매우 경솔한 태도이다. 발표 자료는 최대한 쉽고 직관적인 내용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경쟁력이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슬라이드 한 장으로 자신의 목표를 관철한다면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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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기업에서 발표 자료를 원 페이지로 요구하고 있다. 한 장의 문서로 승부하는 자가 결국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때문이다. 애플에서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발표 자료를 잘 만드는 사람은 100% 일잘러였다. 그들에게는 복잡하고 산만한 슬라이드 내용은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만드는 기술이 있었다. 그들은 핵심 정보를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해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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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 페이저를 마들 때 기본적으로 체크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핵심 메시지: 간결하고 분명한가? 한눈에 잘 보이는가?
2. 제시한 데이터와 해석: 핵심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가? 어긋나거나 혼란을 야기할 여지는 없는가?
3. 문제의 기술: 문제의 정의, 양태, 불량률, 원인 가설, 불량 분석 현황과 결론, 다음 단계와 체크포인트가 간결하고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는가? 컬러 코드가 문제의 위험도에 따라 분류되어 있는가?
4. 슬라이드의 구성: 도표, 그래프, 사진이 핵심 메시지를 뒷받침하는가? 불필요한 단어는 모두 제거했는가?
5. 색깔과 서체: 색깔은 연한 회색이나 파스텔 계열의 과장 색 혹은 초록색 위주로 두세 가지만 사용했는가? 서체는 한 종류로 통일하고, 크기는 11~12pt 이상으로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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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람에게 발표할 기회를 잘 살려 본인의 능력을 입증하는 사람, 소위 '나대는' 사람이 애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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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서 동료들과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엔지니어가 고생하면 소비자는 감동하지만, 엔지니어가 편하게 일하면 소비자는 실망하고 결국 애플을 떠난다." 이처럼 애플 직원들은 자사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그 배경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탁월한 제품을 향한 불같은 그의 열정은 직원들에게 특별한 사명감을 심어 주었고, 이것은 일하는 동기와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내가 만든 제품이 세상을 바꾸고, 수억 명의 소비자를 감동케 한다'란 보람으로 혹독한 업무량과 무자비한 완벽주의를 견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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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들이 애플 제품을 꾸준히 찾는 이유로, iOS의 안정적인 생태계를 꼽는다. 애플은 자사 제품 사용자가 애플의 생태계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앱 그리고 서비스 영역까지 매끄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가령 아이폰, 에어팟, 애플워치, 홈팟, 아이패드, 맥북, 애플 TV가 하나로 연결되어 동기화되고, 같은 작업물을 여러 제품에서 만질 수 있도록 하는 것럼 말이다. 이건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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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제품은 절대 사용자에게 내놓지 않겠다는 게 지금 애플의 모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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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애플에서 좀 더 나은 평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일해야 할까? 우선 남의 시선을 끌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속한 조직의 디렉터가 나를 승진시키고 싶어도 내 존재감이 미비하다면 다른 디렉터들이 "나는 그 직원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조직에서 영향력 없는 사람을 왜 승진시켜야 하죠?"라고 반박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애플(미국 기업 대부분)에서는 자기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고, 동료들을 잘 백업하며, 발표 자료를 잘 만드는 능력에 앞서 자신을 어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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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뉴스 미디어 악시오스(Axios)의 CEO 짐 밴더하이(Jim VandeHei)는 저서 《스마트 브리비티》에서 슬랙(Slack)의 통계치를 바탕으로, 직원 수가 1만 명 정도 되는 기업에서 는 직원들이 업무시간의 50~60%를 의사소통하는 데 소비한다고 말했다. 즉, 일을 효율적으로 잘하려면 의사소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다분히 직원이 많은 경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애플에서도 일을 제대로 하려면 의사소통 능력을 필수로 갖춰야 하는데, 나는 이 능력을 유연성이라고 바꿔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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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을 무시하는 독불장군 같은 사람은 애플에 발붙이기 어렵다. "이건 내 업무인데 당신이 왜 지적하죠?"라는 식으로 편협하게 생각한다면, 그 어디에서도 환경받지 못한다.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고 싶다면 옳은 지적과 의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유연한 자세를 갖추도록 하자. 그럼 여기저기서 당신과 일하고 싶어 안달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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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서 일하며 나도 몇 차례 면접관으로 입사 지원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 온사이트 인터뷰에서 한 면접관이라도 해당 지원자를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그 지원자는 불합격 처리된다는 것이다. 해당 지원자를 인터뷰한 여덟 명의 면접관이 만장일치로 지원자를 합격시켜야 채용이 이뤄진다. 둘째, 애플은 지원자의 기술적 전문성과 의사소통 능력보다 과연 이 지원자가 애플의 독특한 기업 문화에 적응하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그 자질을 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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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애플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일하는 선배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그들은 일을 미루지 않았다. 그날 할 일을 그날 끝내지 못하면 그 부담은 근무 외 시간 혹은 다음 날로 이어진다. 다음 날 하면 능률이 더 오를 것 같지만 착각이다. 그럼 일을 미루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과를 허투루 보내지 않으면 된다. 한 방법으로 애플의 일잘러들은 시간을 쪼개서 사용하는 가운데 혼자서 집중할 시간을 따로 떼어놓았다. 예를 들어, 아침 9시부터 9시 30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온전히 내 일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레 일이 우선순위도 정하게 되어서 일을 미루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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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일을 잘하려면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내게 업무를 상담하는 동료들에게 "네가 회사에서 시간과 노력을 쏟아 얻으려고 하는 게 뭐야?"라고 물었을 때, 바로 대답한 사람은 손에 꼽는다. 내 질문은 회사에 다니는 이유에 국한된 게 아니다. 그 회의에 왜 참석하는지, 왜 당신이 발표해야 하는지, 왜 그 일정에 맞춰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왜 그 거래처와 일해야 하는지 등 일하는 모든 순간에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서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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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능력'도 고려해야 한다. 내가 소통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하면, 대개 동료나 상사, 거래처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갑게 지내라는 뜻으로 오해한다(이런 사람들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부류이다). 그런데 아니다. 내 말뜻은 기분을 드러내지 말고, 심플하게 소통하라는 의미이다. 이 점만 유의해도 경영진이나 상사에게 보고할 때, 까다로운 상대와 협상할 때, 나의 성과를 어필할 때 등 회사에서 소통하고 설득해야 하는 순간에 자신의 목적을 좀 더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다.
- 172p
마지막으로 '과정'에 능숙해져아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일을 이상하게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만고만한개발기획안을 여러 개 가져온다거나 발표 자료에 각종 통계 자료를 꽉꽉 채워오는 식이다. 반면, 엄두가 나지 않는 복잡한 일도 단순하게 처리하고, 수십 장의 발표 자료를 원 페이저로 뚝딱 뚝딱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차이는 하나다. 후자의 사람들은 업무의 본질을 볼 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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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애플 일잘러의 작업 일지
"단순하게, 탁월하게, 유연하게"
- 무조건 해법 찾기
- 슬라이드 한 장에 목숨 걸기
- 독주는 절대 금물, 논쟁 즐기기
- 보너스 주식이 내 자존심
- 물불 가리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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