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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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가이버의 신발이나 르부 골드버그의 연필깎이도 인간의 마음이라는 아마도 가장 기상천외한 클루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의 마음은 완전히 맹목적인 진화 과정이 빚어낸 기이한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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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인간의 척추는 형편없는 해결책이다. 만약 네 개의 기둥이 균등하게 교차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몸무게를 분산해 지탱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단 한 개의 기둥으로 전체 몸무게를 지탱하는 척추는 엄청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직립 보행 덕분에 우리는 똑바로 선 채로 손을 자유롭게 놀리면서 생존할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많은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요통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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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연은 쉽게 클루지를 만들곤 한다. 자연은 그것의 산물이 완벽한지 또는 세련됐는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작동하는 것은 확산되고 작동하지 않는 것은 소멸할 뿐이다.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 유전자는 증식하는 경향이 있고,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는 생물을 낳는 유전자는 사라져버리는 경향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은 은유다. 이 게임의 이름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적절함adequac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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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궁극적으로 완벽의 문제가 아니다. 진화는 최근의 노벨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이 '적당히 만족하기'라 부른 것, 곧 적당히 좋은 결과를 얻는 일의 문제다. 이런 결과는 경우에 따라 아름답고 세련된 것일 수도 있고, 클루지일 수도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화는 이 두가지를 모두 낳을 수 있다. 생물의 세계에는 절묘한 측면들과 아무리 좋게 보아도 날림으로 된 측면들이 함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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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을 '진화의 관성'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뉴턴의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정지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는 경향이 있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진화는 맨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에 수정을 가하면서 작업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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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진화는 노벨상 수상자 프랑수아 제이콥의 유명한 말처럼, 땜장이의 처지와 비슷하다. 땜장이는 "조종 자기가 무엇을 만들지도 모르면서 ...... 낡은 마분지, 노끈, 나무나 금속 조각 등 주변의 아무것이나 사용해서 쓸 만한 물건을 만들어낸다. ...... 그래서 기회가 되는 대로 자투리를 모아 조립한 것이 생긴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땜질은 클루지의 괴짜 할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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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은 괴물이다. 우리는 잊어도 그것은 잊지 않는다. 그것은 기록을 다른 데 남겨두 뿐이다. 그것은 우리를 위해 기록을 유지하기도 하고 기록을 숨기기도 한다. 그것은 그것 자신의 의지에 따라 기록을 우리의 회상 속으로 불러낸다. 우리는 우리가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이 우리를 가지고 있다!
- 존 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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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번호 기억 대신에 우리는 일종의 '맥락 기억'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어떤 것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기 위하여 맥락이나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를 넌지시 알려주는) 단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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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과 단서 중심으로 인간의 기억이 조직되어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인간의 기억이 종종 함께 뒤섞여버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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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다음의 단어 목록을 암기해보자. "침대, 휴식, 깨우다, 피곤한, 꿈, 깨다, 졸음, 담요, 졸다, 선잠, 코를 골다, 낮잠, 평화, 하품, 졸린, 간호사, 내과의사, 나쁜, 환자, 사무실, 청진기, 외과의사, 개인 병원, 치료."
만약 여러분이 보통 사람들과 비슷하다면 여러분은 방금 외운 단어들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는 틀림없이 잘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단어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마도 기억이 분명치 않을 것이다. '꿈'과 '잠'이라는 단어 가운데 어느 것이 있었는가? 또는 둘 다 있었는가 아니면 하나도 없었는가? '졸음'과 '피곤한'이라는 단어 가운데 어느 것이 있었는가? 또는 둘 다 있었는가 아니면 하나도 없었는가? '치과의사'와 '의사'라는 단어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실험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의사'라는 단어처럼) 보지도 않은 단어를 보았다고 하는 둥 쩔쩔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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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잊는지는 맥락과 빈도와 최근도의 함수이지, 내면의 평화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불쾌한 기억들은 모두 자동적으로 삭제하는 로봇을 상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그런식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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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지만 신뢰하기 어려운 맥락 기억을 토대로 우리의 추론 능력이 발달했다는 사실은 어떤 이상적인 타협의 산물이 아니다. 이것은 그저 역사적 사실일 뿐이다. 추론에 사용되는 두뇌 회로가 왜곡될 수 있는 기억을 가지고 작업하는 까닭은 그것이 진화를 통해 생겨난 유일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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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제가 무엇이든 우리의 신념을 위협할 만한 것보다 우리의 신념에 잘 들어맞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확증 편향'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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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본 신념의 오염, 확증 편향, 동기에 의한 추론을 다 합치면 결국 우리 인간은 거의 무엇이든 믿을 준비가 되어 있는 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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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도 많이 들으면 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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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말을 빗대어 말하자면, 우리 자신의 행복을 해부하는 것은 개구리를 해부하는 것과 비슷할지 모른다. 둘 다 해부 중에 죽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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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우리가 행복하도록 우리를 진화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도록 우리를 진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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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가지 제안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마라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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