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병이 되기도 하고, 내가 괴물처럼 느껴지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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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관장할 수 있는 이 작은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 잘해내고 싶다는 성실하고도 유약한 열망, 이게 쌓여서 결국은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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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던 대로 정치외교학과에 진입했지만 너무 많은 동기가 국제기구에 가고 싶어 해서 그 일이 더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 18
그러니 너무 어렸을 때부터 가슴 뛰는 일을 찾으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을 즐기라거나 놀라고도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나처럼 우유부단하고 말 잘 듣는 인간은 그 말들 때문에 더 좁은 원에만 갇혀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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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전문성을 쌓으려 퇴근 후에 고군분투하고 신기술에 눈이 반짝이다가도, 회사라는 존재가 필연적으로 주는 좌절에 빠지면 "월급이나 받자!"고 외치는 무한루프에 빠져 산다. 정말 직장인 1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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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게 아니라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 열망은 걷잡을 수 없이 새어나왔다.
- 26
장황하게 적었지만 결국 비법은 하나밖에 없다. 몰입하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몰입하기까지 잔머리 굴리는 데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 일단 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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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동안 읽는 전공서, 긴 글로 풀어내야 하는 시험 등은 문과생들이 대학생활 내내 터득하게 되는 소중한 기술이다. 이 능력은 회사에 있는 그 누구도 훈련시켜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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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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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일단 무턱대고 뭐든 해봐야 한다. 아무리 봐도 내 능력으로 해낼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업무를 해보겠냐고 물어보면 일단 '오케이' 하고 가봐야 한다.
- 59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각도로 생각해본 문과생들이 들어와, 기술이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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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인공지능, 모두의 생을 이롭게만 하는 IoT 기술 같은 것들을 만들려면 사회의 다양한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문과 여자들은 이미 충분히 갈고닦아온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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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상처받을 일이 정말 많았다. 사람들의 말 한마디, 찰나의 표정으로 나는 아주 쉽게 너덜너덜해졌다. 유치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내 안에는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 수 없는 우울함과 슬픔과 외로움이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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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학생 때까지는 뭐랄까, 회사원이 되는 건 꿈일 수 없다는 세상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받아왔던 것 같다. 회사원을 생각하면 소설 <모모> 속 회색 인간이 떠올랐다. 대학교 졸업식 때도 회사원이 아닌 '대단한' 사람들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 역시 회사원이 되는 것은 시시한 일처럼 느껴졌다.
- 80
정말 고작 이런 게 전부일 리 없다는 생각이 밤마다 나를 습격하기도 했ㄷ.
- 80
출처를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사로잡혀 있다면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하나하나 돌아봐야 한다. 일의 의미, 그 의미를 담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정의해봐야 알다가도 모를 공허함과 싸울 수 있다.
- 83
여전히 나를 흔드는 말들을 듣는다. 그때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며 다시 한번 내 생각을 다잡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래야 '이게 진짜 다라고?'라는 의문이 드는 생활 속에서 나만의 세계를 가꿀 수 있다.
- 87
나를 깎아내리려는 것 같은 이들 앞에서 끊임없이 증명하기 위해 바쁘게 지냈다.
- 109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회사든 누구든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다시는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싶었는데, 또 이런 따뜻한 순간들을 지나게 한다.
- 116
어떤 사람이 여자로서 소환되지 않아야 한다
- 143
다른 하나는 그들이 남성중심 사회에 '과적응'해버렸다는 것이다.
- 153
너는 뭐 하고 싶냐는 말에 "일단 지금 하는 일을 잘하고 싶어"라고 답하는 게 어쩐지 멋이 없어 괜히 대답을 얼버무리게 된다.
- 167
이런 일들을 겪다 보면 뭔가 열심히 해내며 사는 것이 참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대개 내 에너지를 쏟아부어 전력투구하지만 종종 그에 합당한 결과를 손에 쥐지 못할 때도 있고, 그 노력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폄하될 때도 있다. 열심히 사는 성실한 사람일수록 부서지기 쉽다. 강한 것은 부러지고 약한 것은 부서지는데, 성실한 사람은 약해서 부서진다.
- 168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그간 지나온 시간은 단 1분도 허투루 보낸 게 아니었다고,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니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 순간은 어떤 것보다도 확실한 위로가 된다.
- 169
회사에서는 누구나 자신만의 실패와 사연을 안고 살아가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쌓여간다.
- 178
모든 이의 기본값이 '조금만 건드려도 기분이 안 좋아질 수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회사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에 훨씬 더 취약해지는 공간이다.
- 178
나는 별수 없는 야망가다. 쿨하고 칠하고 싶지만 자꾸 야망이 새어나온다.
- 186
기절할 수밖에 없는 때가 돼서야 나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야망이라는 놈을 들여다본다. 최고가 되고 어쩌고 다 좋지만 사실 그 뿌리에는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물론 돈, 명예, 권력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건 존재감인 것 같다.
- 187
어딘지 모르게 짠한 이 마음을 발견하고 나면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된다. 이렇게 죽기 살기로 하지는 말자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또다시 일어나서 달릴 힘이 생긴다.
- 187
하지만 완전히 녹다운이 돼서야 '충전해야지'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건강하게 달리는 게 낫다. 내가 야망 있는 사람이란 걸 인정하게 (혹은 할 수밖에 없게) 된 뒤로는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야심을 건강한 자원으로 쓰는 것이다.
- 187
야망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뜯어보면 사실은 이렇게 소박하고 일상적인 열망의 집합에 불과하다.
- 191
일적으로든 아니든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내가 어제보다 나아졌다는 것을 느낄 때다.
- 192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성장과 고통은 뗄 수 없다며 스스로를 착취하는 나 자신과 동료들을 보게 된다.
- 193
성장을 위한 마인드셋이 자학적이라고 느껴지지만, 성장의 순간을 지날 때의 짜릿함은 우리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 194
"이 긍정적 사고의 핵심에는 불안이 놓여 있다. ...... 불쾌한 가능성과 부정적인 생각을 억누르고 차단하려는 쉼 없는 노력, 곧 고의적인 자기기만이 필요하다는 뜻"(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이라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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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는 내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민감하다. 시간만큼 한정적이고 귀하면서도 온전히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자원이 없어서다.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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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에 습격당하자 조급해졌다. 이렇게 살아서 되겠어? 사실은 네가 원하는 걸 이뤄낼 능력이 애초에 없었던 거 아냐? 지금 친구들이랑 놀 시간이 있어? 미드 볼 시간이 있어? 그 시간에 공부해야 되는 거 아냐? 사실은 네가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랑 별반 다를 거 없는 거 아냐? 어쩌면 이 회사가 너한테 가장 어울리는 곳일지도 몰라. 나는 내 안에 나를 가두고 흠씬 팼다.
- 197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는 말은 오래가지도 않고 위로가 되지도 않았지만, 작은 일을 꾸준히 하는 건 꽤 도움이 됐다. 일주일에 두 번 수영 가기, 못해도 하루에 10분은 고양이랑 놀아주기, 공부하기 싫은 날은 기술 블로그 한 개 읽기. 작고 별거 아닌 일들이 나를 구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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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게 될 팀의 팀원들에게는 내년에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냐고, 다른 팀 사람에게는 내가 지금 가는 팀이 어떻게 일하는지,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 대화가 끊기지 않게 이어가는 것 등이 중요한 자질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던진 질문만으로도 누군가는 전문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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