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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열병 #8 2026.09] 『벨 아미』 — 부러운 벨아미, 불쌍한 벨아미

Renechoi
About this
2026년 2월부터 트레바리에서 문-열병이라는 독서모임을 하고 있어요.
매달 실제 모임에서 사용한 발제문이에요. 당시의 질문과 흐름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함께한 멤버들의 이름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모두 OO님으로 바꾸었어요.
Reading
기 드 모파상 『벨 아미』 표지
기 드 모파상 『벨 아미』
더클래식 · 세계문학 컬렉션 14 · 베스트트랜스 옮김 · 표지 이미지: YES24
문-열병
2026년 9월
읽을거리
기 드 모파상 『벨 아미』(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14)
파트너
최병호 님
발제자
최병호 님
시간표
[1]10:00 오프닝 & 독후감 토크
[2]10:20 북 토크
[3]11:30 쉬는 시간
[4]11:40 북 토크
[5]12:50 마무리 발언
[6]13:00 모임 끝!
[문-열병]은 고전 속 엉망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우리를 마주해보는 클럽이에요. '괜찮은 척' 잠시 내려놓아도 되는, 솔직한 대화를 지향합니다.
인트로
이번 달에는 기 드 모파상의 『벨아미』를 읽었습니다. 가진 것 많지 않던 조르주 뒤루아가 우연히 신문사에 들어가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파리 상류사회로 올라가는 이야기입니다. 1885년에 나온 소설인데도 지금 이야기처럼 읽혔다는 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재미는 건 같은 뒤루아를 읽고도 독후감마다 꽤 다른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점 같아요. 욕망에 솔직한 모습이 흥미로웠다는 분도, 원하는 것을 계속 얻으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결말이 현실적이라 좋았다는 감상과 아무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결말이 허무했다는 감상도 나란히 있었고요.
오늘은 어느 하나로 결론 내리기보다, 소설 속 장면들을 다시 꺼내 보며 뒤루아라는 사람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여러 방향에서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발제문 속 인용과 쪽수는 민음사판에서 옮겼습니다.
Q0. 첫인사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오늘 처음 뵙는 분들도 있으니 간단히 소개하고 시작해 보아요. 이름이나 닉네임과 함께 두 가지만 가볍게 이야기해 주세요(꼭 아래 두 가지가 아니어도 돼요).
하나는 책을 덮었을 때 뒤루아에게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입니다. 좋았다, 싫었다, 웃겼다, 부러웠다, 황당했다, 아무 감정이 없었다,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다른 하나는 조르주 뒤루아가 202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지입니다. 회사원, 기자, 정치인, 창업가, 1인 방송인, 영업직, 자영업자? 미남계 하나로 파리 사교계를 올라간 그가 지금 여기라면 어디서 어떻게 올라가고 있을지, 자유롭게 상상해봅시다!
문-열병
2026년 9월
북토크 1
A. 거울 속의 남자
소설 초반의 뒤루아에게는 돈도 지위도 없습니다. 포레스티에에게 빌린 돈으로 야회복까지 빌려 입고 처음 만찬에 다녀온 날, 그는 기쁜 마음에 계단을 두 칸씩 뛰어 내려려다가 전신 거울 속에서 자기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신사를 보고 멈춰 섭니다. 그 신사가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아차린 순간은 이렇게 그려집니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잘생긴 남자인 사실에 놀라서 언제까지고 자신의 모습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다가, 마침내는 자신에게 상냥하게 미소 짓고 이별을 고하기 위해 마치 위대한 인물에게 하듯 위엄 있는 태도를 갖추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52쪽)
OO님은 독후감에서 이 장면이 모든 것의 시작 같다고 쓰셨습니다. 실제로 이후 뒤루아는 빠르게 달라집니다. 신문사에 들어가자마자 인쇄소에 들러 "이름 밑에 새로운 신분을 박아 넣은 명함 백 장"(84쪽)을 찍고, 나중에는 이름까지 '뒤루아'에서 '뒤 루아 드 캉텔'로 바꿉니다. 그리고 마들렌과 함께 큰돈을 손에 넣은 밤, 집 계단의 거울 앞에서 이렇게 외칩니다.
뒤루아는 상념을 든 손을 쳐들어 자신들의 모습을 또렷하게 비추었다. 그리고 의기양양한 웃음소리와 함께 말했다. "백만장자들의 행차로다!" (419쪽)
Q1. 야회복을 빌려 입고 거울 앞에서 놀라던 청년과, 이름을 바꾸고 백만장자가 된 남자. 그사이 뒤루아에게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무엇이었다고 보시나요? 말투, 자신감, 사람을 대하는 태도, 무엇이든 좋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 이야기도 좋습니다.
다르다면 어느 장면쯤에서 달라졌다고 느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Q2. 둘 중 하나를 꼭 골라 주세요
OO님은 외모 하나로 모든 여인을 홀린다는 설정이 좀 어이없었다고 쓰셨고, OO님은 도대체 얼마나 잘생겼다는 설정이기에 모두가 꼼짝 못 하는지 궁금했다고 하셨어요. 여러분이 보기엔 뒤루아를 끝까지 밀어 올린 힘은 어느 쪽에 더 가깝나요?
A.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것 (외모, 타고난 기질, 대담함)
B. 파리에 와서 만들어 낸 것 (명함, 이름, 인맥, 말솜씨)
문-열병
2026년 9월
B. 펜과 소문
기자가 된 뒤루아는 장관의 문지기부터 장군, 경관, 공작, 거리의 여자, 사기꾼, 카페 급사까지 온갖 사람들과 친분을 맺으며, 사장 알테르의 말을 빌리면 "신문의 진정한 보배"가 됩니다. 그리고 얼마 뒤, 신문끼리 주고받은 기사 다툼 끝에 그는 생애 첫 결투를 하게 됩니다.
결투 전날 밤 뒤루아는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뻐꾸기시계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고, 몇 번이나 물을 마시며 "나는 마지막 중요한 때에 가서 떨지는 않을까?"하고 걱정합니다. 막상 결투에서는 두 사람이 한 발씩 쏘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는데, 신문에 실릴 보고서를 받아 든 뒤루아는 놀랍니다.
거기엔 놀랍게도 루이 랑그르몽 씨가 탄환을 두 발 발사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220쪽)
클로틸드에게 이야기할 때는 더 달라집니다. 전날 밤 "아주 꼭 잤소"라고 말하고, 상대의 탄환이 관자놀이를 스쳐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이죠.
신문사 바깥의 파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로코 원정 기사가 필요해지자 뒤루아는 예전에 쓴 「아프리카 수렵병의 회상」을 꺼내 사실 5분 만에 제목과 내용을 고쳐 시국 기사로 내놓고, 사장 알테르는 모로코를 둘러싼 내부 정보로 막대한 돈을 법니다. 상류층 부인들이 고아를 돕겠다며 연 자선 경기의 결산은 이렇습니다.
시합을 주최한 부인들의 수중에 모인 돈은 3000프랑이 넘었다. 모든 비용을 빼고 나니 6구의 고아들에게 보낼 돈은 고작 220프랑이었다. (341쪽)
Q3. 뒤루아의 결투처럼,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 전해진 이야기가 더 힘을 가졌던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줄 서는 맛집인 줄 알고 보니 뻥뻥했던 일, 회의에서 목소리 큰 사람의 말이 사실처럼 굳어진 일처럼요. 뉴스나 SNS에서 본 일이여도 좋고, 회사나 주변에서 겪은 일이여도 좋습니다.
Q4. 둘 중 하나를 꼭 골라 주세요
여러분이 『라비 프랑세즈』의 기자라면, 어느 쪽 기사를 쓰시겠어요?
A. 사실 그대로 썼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기사
B. 조금 부풀렸지만 모두가 읽고 이야기하는 기사
Q5. 동의하시나요, 동의하지 않으시나요?
OO님은 뒤루아 한 사람의 악행보다 "그를 성공으로 이끄는 사회적 구조와 상류층의 위선"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보셨습니다. 반면 OO님은 가진 것이 많지 않았던 그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철저하게 이용"했다는 데 주목하셨고요. 첫인사 때 떠올려 본 2026년 서울의 뒤루아를 다시 생각하면서, 아래 문장에 동의하시는지 자유롭게 나눠봅시다.
"조르주 뒤루아는 1880년대 파리가 만들어 낸 사람이다. 다른 시대, 다른 사회였다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문-열병
2026년 9월
C. 벨아미 곁의 네 여자
뒤루아가 신문사에 들어가기 전, 포레스티에는 꿈꾸는 듯한 어조로 이런 말을 건넵니다.
"빨리 출세하는 데에는 여자를 이용하는 게 제일이지." (30쪽)
OO님은 독후감에서 이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쓰셨습니다. 뒤루아는 이 조언을 충실히 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의 곁을 지나간 여성들은 저마다 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클로틸드는 뒤루아가 처음으로 "낯지했다"고 여긴 사교계 여성입니다. 자유롭고 장난스러운 그녀는 몰래 그의 주머니에 금화를 넣어 두기도 하고, 파리의 뒷골목을 함께 쏘다니기도 합니다. 그리고 뒤루아가 쉬잔과의 결혼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누구보다 정확하게 그를 꿰뚫어 봅니다.
"아! 당신같이 교활하고 무서운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는 빙그레 웃었다. "안됐군! 바보나 멍청한 사람은 속기 마련이지!" (490쪽)
그런데도 그녀는 결혼식장에 나타나고,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까지 남습니다.
마들렌은 뒤루아의 첫 기사를 대신 써 주고, 나중에는 이름을 바꾸는 방법까지 알려 줍니다. 병든 포레스티에에게 "열간이 소리를 들은 날" "좋아, 네놈의 마누라를 유혹해 주지"(156쪽) 하고 다짐했던 뒤루아는, 포레스티에가 죽자 그녀에게 청혼합니다. 마들렌은 이렇게 조건을 겁니다.
"저에게 결혼은 속박이 아니라 공동생활입니다. (……) 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무엇을 하든 어디에 가 있든 완전히 자유롭고 싶어요." (255쪽)
쉬잔은 뒤루아가 함께 달아나자고 하자 "오! 행복해라! 저를 납치하신다고요? 언제 납치하실 건데요?"(473쪽) 하고 손뼉을 칠 뻔합니다. 그리고 쉬잔의 어머니 알테르 부인은 자신의 감정과 신앙 사이에서 무너져 갑니다. 그럴 무렵 읽는 그리스도교 앞에서 쉬잔이 그리스도가 뺨 아이를 닮았다고 외치던 순간은 이렇게 그려집니다.
알테르 부인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얼굴과 나란히 선 연인의 얼굴을 시선을 고정한 채 지켜보았다. 그리고 흰 머리카락처럼 창백해졌다. (448쪽)
Q6. OO님은 독후감을 이런 물음으로 시작하셨어요.
"당시 시대상을 잔인하도록 잘 반영한 걸작일까, 아니면 작가의 빈약한 여성의 마음에 대한 이해를, 본인의 상상 속 판타지(?) 구현에 이용한 작품일까?"
여러분에게 클로틸드, 마들렌, 쉬잔, 알테르 부인은 각자의 욕망을 가진 사람으로 읽히셨나요, 아니면 뒤루아의 이야기를 위한 장치처럼 읽히셨나요? 네 사람 중 가장 마음이 쓰였던 인물이 있다면 누구였는지도 궁금합니다.
문-열병
2026년 9월
Q7. 마들렌이 결혼 조건으로 내건 "완전한 자유"는, 나중에 뒤루아가 그녀의 불륜 현장을 급습해 이혼하는 구실이 됩니다. 마들렌은 뒤루아의 조력자였을까요, 설계자였을까요? 그리고 두 사람 중 결국 누가 누구를 이용한 걸까요?
시간이 남으면 같이 답해보아요
네 여자 중 뒤루아라는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알아본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그런데도 그녀는 왜 그의 곁을 떠나지 못했을까요?
뒤루아에게 "벨아미"라는 이름을 처음 붙여 준 사람은 어린 로린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아버지 앞에서 "벨아미라고 부르지 않니?"라는 말을 듣자 로린은 얼굴이 새빨개집니다(195쪽). 이 별명이 소설 전체에서 어떻게 들리셨나요?
불로뉴 숲에서 이름난 창부의 마차를 본 뒤루아는 그 여자와 자신이 같은 족속이라고 느낍니다(192쪽). 이 장면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북토크 2
가볍게 다시 시작해보기 - 조르주 뒤루아의 성공 지분 100
가볍게 해볼 활동이에요. 3~4명씩 모여서 조르주 뒤루아의 성공을 100이라고 했을 때, 그 지분을 나눠 주세요. 항목은 자유롭게 만들면 됩니다. 외모, 마들렌, 다른 여성들, 포레스티에, 운, 신문사, 시대와 사회 구조처럼 큰 덩어리로 나눠도 좋고, 책 속 장면 하나를 통째로 항목으로 삼아도 좋습니다. 다 합쳐서 100이면 됩니다.
마들렌의 글솜씨 30
본인의 외모 25
클로틸드의 금화 10
포레스티에의 죽음 15
뻔뻔함 20
이런 식이고 정답은 없습니다! 가능하면 각 숫자에 책 속 장면이나 이유 하나씩만 붙여 주세요. 10분쯤 이야기 나눈 뒤 조별로 가장 큰 지분 하나와 가장 의외의 항목 하나, 나눠봅시다.
이런 얘기도 해보면 좋겠어요.
가장 큰 지분을 0으로 만든다면 뒤루아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까요?
사람의 성공은 운인가요? 능력인가요?
지금의 나 역시 100의 결과라고 본다면, 내 노력과 주변 사람과 운과 환경은 대략 어떻게 나뉠까요?
D.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결말
마지막 장에서 뒤루아는 마들렌 성당에서 쉬잔과 결혼식을 올립니다. 하객석에는 이 결혼을 끝내 막지 못한 알테르 부인이 앉아 있습니다.
문-열병
2026년 9월
그런데 지금 신부가 교회에서 이천 명의 손님 앞에서 두 사람을, 내 딸과 내 연인을 결혼시키고 있는 것이다! (500쪽)
무릎을 꿇은 뒤루아는 난생처음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분명히 알지도 못하면서 하느님에게 성공을 감사했다."(502쪽) 성당을 나서자 콩코르드 광장 너머로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그는 "마들렌 성당 현관에서 부르봉 궁 현관까지 한달음에 뛰어갈 것 같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소설은 이렇게 끝납니다.
그의 생각은 뒤로 돌아가 있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가늘게 뜬 그의 눈앞에는, 드 마렐 부인이 침대에서 나올 때면 언제나 마구 흐트러지는 귀여운 곱슬머리를 거울 앞에서 매만지던 영상이 아른거렸다. (504쪽)
이번 독후감에서는 결말 이야기가 유독 많았습니다. OO님은 현실과는 다른 "문학적 정의"를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아 허무했다고 쓰셨고, OO님은 억지 교훈을 쥐어주지 않는 것이 사실주의 문학의 매력이라고 보셨습니다. OO님은 이 결말을 완전한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하셨고, OO님은 결말이 활짝 열려 있다며 그 뒤의 뒤루아를 궁금해하셨습니다.
Q8. 둘 중 하나를 꼭 골라 주세요
같은 소설의 두 가지 결말이 있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을 읽고 싶으신가요?
A. 지금처럼 뒤루아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며 끝나는 결말
B. 마지막에 뒤루아의 거짓말이 드러나 모든 것을 잃는 결말
Q9.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쁜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느끼는 편인가요? 아니면 현실에 그런 질서가 없다면 이야기도 굳이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보시나요? 최근 본 작품 중 비슷하게 떠오르는 결말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Q10. 결혼식으로부터 10년 뒤, 조르주 뒤루아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어 있을 수도, 크게 넘어졌을 수도,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E. 부러운 벨아미, 불쌍한 벨아미
성당 계단을 내려오던 마지막 장면에서 조금 물러나, 뒤루아가 그 자리까지 오르는 동안 스스로에게 해 온 말들을 다시 들어 볼게요.
OO님은 독후감 제목을 "부러운 벨아미, 불쌍한 벨아미"라고 붙이셨습니다. 원하는 것을 다 이루는 뒤루아가 부러웠고, 다 이루어도 만족을 모르는 뒤루아가 불쌍했다고요. 그리고 더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내 마음이 열정인지 욕망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도 쓰셨습니다.
뒤루아가 아직 이름 없는 기자였을 때, 늙은 시인 노르베르 드 바렌은 밤길을 함께 걸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문-열병
2026년 9월
"인생이란 산길과 같소. 올라가는 동안은 꼭대기가 보이니까 행복을 느끼지요. 그러나 다 올라가면 갑자기 내리막길이 눈앞에 나타나고, 더욱이 그 끝은 죽음이오." (184쪽)
그날 뒤루아는 "정말 말씀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하고 웃어넘기지만, 그 무렵 그는 이미 산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나왔던 클로틸드의 금화를 처음 발견했을 때, 그는 "등방받는 데 대한 굴욕감으로 가슴이 떨렸다"(146쪽)고 합니다. 그런데 곧 "이건 결국 빌린 돈일 뿐이니까"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생각은 한 걸음 더 나아가죠.
그 여자는 지금 내 힘으로는 채워 줄 수 없는 욕망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녀가 그것을 단념하려고 하지 않는 한 자신이 돈을 받고 그 돈으로 그녀의 욕망을 채워 주는 것도 당연하지(……) (147쪽)
노르베르와 밤길을 걸은 지 몇 주 뒤, 포레스티에가 죽어 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는 그 말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친구의 시신 곁에 앉아 허무의 공포에 고개를 숙였던 그는, 곧 옆에 앉은 젊은 미망인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무튼 인생의 즐거움이란 이것뿐이다. 연애뿐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품에 안는다! 그것이 인간 행복의 극치다!' (248쪽)
보드렉 백작의 유산 앞에서는 "그렇게 유산을 절반씩 나누면 조금도 꺼림칙한 데가 없어"(415쪽)라며 절반을 챙기고, 몇 프랑을 걱정하던 그는 마침내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받습니다. 그런데 훈장을 받아 든 그의 첫마디는 이렇습니다.
"난 1000만 프랑이 더 좋아." (444쪽)
Q13. OO님은 독후감에서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내가 뒤루아였다면 그 20프랑을 쓸 수 있었을까? 여러분이 가난한 기자 뒤루아이고, 오늘 아침 주머니에서 연인이 몰래 넣어 둔 금화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A. 다음 만날 때 바로 돌려준다
B. 일단 쓰고, 나중에 꼭 갚는다
C. 그녀가 원해서 준 돈이니 고맙게 쓴다
뒤루아는 처음엔 A처럼 굴욕감에 떨다가, B처럼 "빌린 돈일 뿐"이라고 생각을 고치고, 결국 C에 이릅니다. 여러분은 어디에서 멈추실 것 같나요?
Q14. 뒤루아를 보면서 부럽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무엇 때문이었나요? 반대로 "저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고 가장 강하게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둘 다 없어도 괜찮습니다.
Q15. 노르베르의 말처럼 올라가는 동안은 꼭대기가 보여 행복하지만, 뒤루아는 꼭대기에 오를 때마다 곧 다음 꼭대기를 바라봅니다. 원하는 것을 얻고도 멈추지 않는 마음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삶을 앞으로 움직이는 힘일까요? 굳이 한쪽으로 기운다면 어느 쪽인지 골라 보고, 뒤루아나 주변에서 본 사람, 다른 작품 속 인물을 떠올리며 이유를 이야기해 주세요.
문-열병
2026년 9월
F. 세 개의 거울
오늘 우리는 뒤루아를 여러 방향에서 들여다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를 비춰 볼 거울 세 개를 더 꺼내 보려 합니다. 오래전 철학자들이 만들어 둔 거울들입니다.
첫 번째 거울, 지라르의 삼각형.
르네 지라르는 우리가 무언가를 원하는 이유가 대상 자체보다 누군가 이미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욕망은 나와 대상 사이의 직선이 아니라, 그 사이에 본보기이자 경쟁자가 끼어 있는 삼각형이라는 거죠. 그가 이 이야기를 처음 꺼내며 분석한 소설이 우리가 함께 읽은 『적과 흑』과 『마담 보바리』이기도 합니다. 병든 포레스티에에게 모욕을 당한 날 "좋아, 네놈의 마누라를 유혹해 주지"(156쪽) 하고 다짐했던 뒤루아는, 결혼한 뒤에도 동료들이 자신을 "포레스티에!"라고 부를 때마다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두 번째 거울, 사르트르의 자기기만.
장 폴 사르트르는 사실은 알고 있는 것을 스스로에게 그럴듯한 이유를 둘러주며 모르는 척하는 태도를 자기기만이라고 불렀습니다. 금화 앞에서 뒤루아는 "이건 결국 빌린 돈일 뿐이니까"라고 되뇌입니다. 보드렉 백작의 유산 앞에서도 그는 속으로 마들렌과 백작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겉으로는 절반을 나눠 받아야 세상의 수군거림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를 세우고 "조금도 꺼림칙한 데가 없어"라고 말하죠.
세 번째 거울, 쇼펜하우어의 진자.
쇼펜하우어는 삶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괴로움과, 얻은 뒤 찾아오는 권태 사이를 오가는 진자 같다고 했습니다. 훈장을 받아 들고 "난 1000만 프랑이 더 좋아"라고 말하던 순간, 그리고 결혼식 날 성당 계단에서 클로틸드를 떠올리던 순간의 뒤루아가 그렇습니다.
Q16. 세 거울 중 뒤루아를 가장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은 어느 것이라고 보시나요? 셋 다 어딘가 빛난다고 느끼셨다면, 뒤루아를 비추기에 더 알맞은 네 번째 거울을 떠올려 보셔도 좋습니다.
Q17. 이번에는 세 거울을 2026년의 서울로 돌려 볼게요. 지금 우리 주변을 가장 잘 비추는 거울은 셋 중 어느 것 같나요?
누군가의 SNS를 보고 갑자기 같은 여행지가 가고 싶어지는 건 지라르의 거울 같고, "이번 달 고생했으니까"라며 장바구니를 결제하는 건 사르트르의 거울 같기도 합니다. 새 휴대폰이 나오자마자 멀쩡한 내 휴대폰이 낡아 보이는 건 쇼펜하우어의 거울일지도 모르고요. 떠오르는 장면을 하나 골라 어느 거울에 비치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문-열병
2026년 9월
마무리
오늘은 조르주 뒤루아라는 사람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거울과 이름, 펜과 소문, 그의 곁을 지나간 네 여자, 성공의 지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결말, 그리고 부러움과 연민까지 꽤 멀리 왔네요.
오늘 이야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질문이나 다른 분의 이야기가 있었나요?
책을 읽었을 때와 지금, 뒤루아를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면 그 이야기도 좋습니다. 그리고 문-열병답게, 요즘 내가 앓고 있는 열병에 이름을 하나 붙인다면 무엇일지도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오늘 모임은 즐거우셨나요?
오늘 모임에서 머리가 띵했던 순간이 있다면?
다음 모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열병의 연결과 확장
[문-열병]은 지금까지 이런 책들을 함께 읽었습니다.
『워더링 하이츠』
『위대한 개츠비』
『인생의 베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적과 흑』
『위대한 유산』
『마담 보바리』
그리고 이번 달 『벨아미』
못 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함께 나눠 주세요 :)
『마담 보바리』 × 『벨아미』
모파상은 플로베르에게 글을 배운 제자였습니다. OO님도 읽는 내내 『마담 보바리』가 겹쳐 보였다고 쓰셨죠. 엠마와 뒤루아는 둘 다 지금 가진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원합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이야기는 파멸로 끝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사회적 성공으로 끝납니다.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성별, 시대, 성격, 능력, 욕망하는 방식 등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적과 흑』 × 『벨아미』
OO님은 뒤루아를 읽으며 쥘리앵 소렐이 겹쳐 보였다고 하셨습니다. 둘 다 가난한 출신이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하고, 사랑과 사회적 상승이 뒤엉킵니다. 그런데 쥘리앵은 결국 자신이 속한 사회와 충돌하고 벌을 받는 반면, 뒤루아는 그 사회 안에서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문-열병
2026년 9월
『위대한 개츠비』 × 『벨아미』
개츠비와 뒤루아는 모두 자기 자신을 새로 만들어 가는 인물입니다. 다만 개츠비는 하나의 과거와 한 사람을 오래 붙잡고 있고, 뒤루아는 새로운 상황이 올 때마다 목표를 바꿉니다. 하나의 욕망을 오래 붙드는 삶과 계속 새로운 욕망으로 옮겨 가는 삶은 어떻게 다를까요?
『위대한 유산』 × 『벨아미』
핍도 지금 서 있는 곳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어 했고, 새로운 신분을 얻으면서 예전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다르게 보기 시작합니다. 뒤루아 역시 이름과 지위가 달라질수록 자기 자신을 보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환경이 달라져도 계속 가지고 가고 싶은 '나의 것'은 무엇일까요?
『워더링 하이츠』 × 『벨아미』
히스클리프는 하나의 사랑과 상처를 아주 오래 붙잡습니다. 반대로 뒤루아는 관계와 목표를 비교적 빠르게 바꿉니다. 무언가를 오래 놓지 못하는 것과 너무 쉽게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 나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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