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33살 문과 비전공자가 자바 국비 웹개발자 과정을 수료하고 백엔드 개발자로 IT 기업에 취업한 이야기입니다.
*** TMI 주의
왜?
문과생 비전공자가 왜 갑자기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고 싶었을까? 이 왜를 답하려면 나에 대한 TMI가 조금 필요하다.
위의 글을 요약하자면 코인 트레이딩을 하다가 파이썬으로 프로그래밍 독학을 시작했고, 개발이 적성에 맞고 재밌어서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어디서?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우아하게 떨어지기
찾아 보니 우아한테크코스라는 교육이 제일 유명했다. 그래서 그걸 신청해서 프리코스라는 커리큘럼에 참가했다. 운이 좋게 이번 기수부터 프리코스가 모두에게 열린다고 했다. 그때 자바라는 언어를 처음 배웠다. 우테코 프리코스가 시작되기 한 1주 전쯤부터 자바 공부를 유데미로 했다. 유데미로 한 이유는 공짜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는데 평점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보면 그때 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날림으로 공부한 흔적이 블로그에 남아있다.
프리코스에서 미션이 매주 나오는데 두번째 주까지 도대체 객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안됐었다. 왜냐면 파이썬으로 코딩할 때는 그냥 필요에 따라서 코드를 쓰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생성을 하고 뭐 초기화를 하고 하는 그런 개념이 뭔지도 몰랐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게 배우니까 또 그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마 로또 미션 때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쯤부터 자바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객체 지향'에. 객체를 추상화하고 모듈화 하고 그거로 로또라는 뭔가 현실세계의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그 프로세스가 신기했고, 내가 그걸 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파이썬으로 했다면 100줄 짜리 메서드에 주욱 나열해서 할 법한 일을 여러 클래스를 만들고 책임을 분산하고, 위임하고, 하는 그런 모든 거 자체가 그냥 너무 좋았다. 학부때 철학에 빠져있던 시절도 떠오르고 그랬다. 뭔가 추상화하고 개념적으로 생각하는 그 과정이 철학에서의 그 사유하는 과정이랑 비슷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뭔가를 생각하고, 생각이 안 풀리면 잠깐 나가서 바람 쐬면서 걷다가 깨닫기도 하고, 그런 몇 주간을 보내며 진짜 밤새면서 코딩을 했다.
우아한테크코스는 당연히 떨어졌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때 내가 처음 자바를 접한 게 우테코를 통해서였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그 과정이 내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90% 이상의 역할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우테코에서 배운 것은 '그냥'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잘하는' 프로그래밍도 아니라 "좋은" 프로그래밍이었기 때문이다.
왜 어릴 때 배운 게 평생 간다는 말이 있듯이, 그때 배운 것들이 뭔가 그 이후의 코딩에 있어서 기준 같은 게 되었다. 예를 들어 메서드를 10줄 이내로 제한 하는 것 등. 그런 원칙들을 갖게 되면 그걸 목표로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로 질문이 이어진다.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끊임 없이 질문을 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테코는 코딩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코딩을 하는 사람의 자세, 지향 같은 것을 전수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성장하는 사람이 쓰는 치트키 같은 거. 그런데 그런 것은 어딜 가서도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였다. 왜냐면 그건 직접 산전수전 경험을 해봐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니까. 그래서 나는 우테코에서의 가르침이 내가 계속 프로그래밍을 이어나가는 데 있어서 정말 값진 내공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또 막상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진 않았다. 내심 기대했는데 안됐어서 조금 슬펐다. 그리고 전형이 길어진 것에 대해서도 조금 불만도 있었다. 왜냐면 당시 나는 이제 또 그 '전문성'에 미쳐서 당장이라도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자바를 이제 막 처음 시작했으면서 30:1 경쟁률을 뚫고 내가 붙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웃긴 일이다.
우테코 프리코스가 끝나고 가장 빨리 등록할 수 있는 학원을 알아봤다. 왜냐면 일단 빨리 뭐라도 해야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이도 나이였는데, 그보다는 그냥 빨리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기준으로 필터링을 빨리 끝내고 서울 가산 동에 있는 한 자바 웹 개발자 코스의 학원을 등록했다.
어떻게?
당시 나는 시골에서 화성으로 집을 옮겨서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 학원을 12월 중순부터 다니게 됐다. 그런데 버스 시스템이 그 강원도 시골만 못해서 아침 시간에 지하철역까지 가는 데 1시간 가량이 걸렸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면 독산역까지 1시간 가량이 걸렸다. 그래서 두 시간 가량이 걸렸는데 학원이 9시에 시작해서 아침에 6시 반에 나와야 했다.
그런데 나는 이제는 돈이 아니라 전문성에 미쳐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코인 트레이딩을 하고 돈을 조금 모으니까 돈 보다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학원 근처로 집을 옮기기로 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좀 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커리어로 보면 진짜 뭣도 없이 나이만 먹은 무지렁이인데 그래도 어떻게 혼자 살만큼은 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바나 다른 일 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원 근처로 거주지를 옮겼다. 학원까지 좀 빨리 걸어가면 집에서 48분에 나와도 9시에 맞춰서 도착하는 정도의 거리였다.
나는 그런 생각을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환경이라는 게 엄청 중요하다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그걸 이루기 위해 그거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코인으로 돈벌겠다고 시골에 짱박혔을 때와 비슷한 마음 가짐으로 2023년 1월 서울 시민이 됐다.
학원 다니면서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다녔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잘하지는 못해도 매일은 하자
나는 내가 평범하거나 그보다 좀 못한 머리를 갖고 있는 걸 진작에 깨달았다. 그런데 알고리즘을 풀면서 그 생각을 그냥 판정 받아버렸다. 알고리즘을 풀때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내가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게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은 안하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이 분야에서 대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 워런 버핏이 이야기 한 '전문성' 같은 걸 내가 이룰 수나 있을까 와 같은 생각 말이다. 게다가 33살에 신입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됐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정주영 회장님의 "이봐, 해봤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아니 안 해봤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그래서 생각했다.
잘 하지는 못해도 매일은 하자. 최소한 그건 해보자.
그래서 학원에 들어갈 때부터 몇 가지 원칙 같은 걸 스스로 정했다.
- 늦지 않기
- 빠지지 않기
- 남들 보다 더 하기
그냥 별거 아닌 당연한 것들. 최소한으로 실현 가능한 것들. 내가 노력하면 지킬 수 있는 것들.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학원 쉬는 시간 때에도 알고리즘을 틈틈히 풀었다. 학원이 끝나면 집에 와서 패스트캠퍼스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한 3개월 정도를 했다.
학원에서는 내가 제일 잘 하는 사람 정도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그해 겨울, 봄, 여름이 되는 동안 계절마다 우테코에 떨어진 게 계속 분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생각하면 나는 정말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잠깐 경험한 거 였지만 학부 갓 졸업한 친구들 중에도 정말 '굇수'가 많은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과 경쟁해도 내가 꿀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늘 고민했던 것 같다.
좋은 코드를 쓰자
그 임팩트 중 하나가 좋은 코드였다. 우테코에서 많이 강조한 내용이기도 했다. 그 내용을 들어보고 대충 분위기를 봐 보니, 현업에서는 스파게티 코드 같은 게 많은데 그게 일종의 '악취'이고, 연차가 많건 적건, 회사가 좋건 나쁘건, 사람이 알아보기 힘든 코드를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 해 보니 내가 알고리즘 같은 건 잘 못 풀어도 그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사실은 조금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왜 그 쉬운 걸 못하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이건 약간 일종의 주는 문제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좋은 코드 쓰는 건 그냥 기본 패시브 스킬처럼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관련 책들을 보고 강의도 보고 했다. 물론 좋은 코드, 기술 부채 없이 클린한 코드 이런 것들이 개발에 있어서 은탄환 같은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비전공자 입장에서 컴퓨터 지식이 많건 적건 머리가 잘 돌아가건 안 돌아가건 어쨌든 이 부분 만큼은 노력해서 성취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그래서 우테코에서 하라는 것 만큼은 내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그게 습관으로 이어졌다. 역시 우테코가 남긴 잔재... 같은 것. 되게 큰 자산이 됐다는 생각을 한다.
할 거면 제대로 하자
국비는 6개월이었다. 그런데 부트캠프도 그렇지만 실제로 개발 학원에서 광고하는 내용을 보면 우리한테 오면 '3개월 -> 네카라' 뭐 이런 식이다. 6개월 간의 교육 과정을 통과하면서 이런 마케팅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과대 광고라는 걸 깨달았다. 그니까 마치 '코인 대박 : 천만원 -> 100억 -> 경제적 자유 영앤리치' 이런 거랑 비슷할까 싶은. 그런데 그게 또 말이 아예 안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쨌든 내게 해당 되는 예언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좀 더 길게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만히 보니깐 취업 시장에서 자신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 같은 비전공자들도 많지만 이제 막 컴공과를 졸업한 팔팔한 전공생들도 많았다. 그렇게 따지면 기업 입장에서 누굴 뽑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4년 간 밤새서 과제하고 중간 기말 치고 방학이면 자격증 따면서 공부한 전공생들과 쌩판 다른 일 하다가 6개월 공부하고 나좀 뽑아줍쇼 하는 사람, 기업이 바보가 아닌데 후자를 뽑을 리가 없지 않나. 그리고 4년제 대학 졸업하면서 열심히 학부 생활한 나로서도 그러면 좀 너무 억울하다. 그래서 6개월 국비를 하면서 이것만으로 승부를 보자는 생각 자체가 진짜 양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떡하나 그래도 열심히 해서 개발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래서 그냥 전공생이 되기로 했다.
그런데 나이 먹고 다시 학부 1학년으로 돌아가 학교를 다닐 수는 없으니 온라인 학위를 알아봤고 그 결과 방통대 컴퓨터과학과에 편입했다.
그래서 국비를 하면서 방통대 3학년 1학기를 같이 시작했다.
무엇을?
국비 학원의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았다. 대략적으로 학원에서 공지한 대로 써보자면...
- 프론트엔드: html, css, js, react
- 백엔드: java, database, sql, springframework, orm,
- 기타: Rest API, Aws, git, ... 인성 교육, 취업 세미나 등등
간단히 말해 자바 백엔드 개발자 양성 과정이었다.
학원 교육에 대해서는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두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커리큘럼, 학원 교육의 질은 중요하다.
라는 입장에서 이야기 해 보자면, 분명 좋은 강사와 퀄리티 높은 교육은 존재하는 것 같다. 왜냐면 우테코를 그렇게 경험해 놓고 이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따지면 부트캠프에 비하면 국비지원은 정말 시간 낭비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커리큘럼이나 다루는 스택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다. 국비지원의 경우, 물론 강사 바이 강사겠지만, 대체로 좀 옛날 기술을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교육 같은 경우에는 스프링 부트, JPA가 교육 과정에 없었다. 그럼 쓰여있는 ORM은 무엇이냐, 말 그대로... 그냥 써논 거다. 커리큘럼에 있던 리액트도 배우지 않았다.
국비 교육을 받으면서 다른 부트 캠프를 또 하나 들어야 하나,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왜냐면, 진짜 그게 더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후기만 봐도 그렇고 지금 배우는 것보다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시간 대비 효율 면에서. 만약... 이라는 생각은 잘 안하려고 하지만, 만약 애초부터 국비가 아니라 부트캠프를 했다면 어땠을까? 더 좋은 데를 갈 수 있었을까? 지금 보다 더 많이 알 수 있었을까? 분명 더 기회는 많았을 것 같다. 이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만약 누군가가 정말 아까운 시간을 내서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처음부터 탁월한 교육을 찾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커리큘럼, 학원은 도구일 뿐이다. 내가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앞의 주장과 반대되는 관점에서도 이야기해볼 수 있다. 왜냐면, 개발자의 성장이라는 게 애초에 주입식 교육을 통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백문불여일타라는 말이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직접 코드 쳐 보는 게 백 번 강의 드는 거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도 동의한다.
실력 향상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었던 포인트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내 생각에 우테코를 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해내야겠다는 집념, 그리고 혼자 연필로, 코드로 써가면서 고민하던 시간, 그리고 양질의 컨텐츠가 잘 융합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나의 경우에는 국비 학원 선택의 최악 케이스 중 하나였을 것이다. 거의 확신한다. 우선 강사님이 도중에 바뀌었다. 그로 인해 강의에 공백기가 있었다. 새로운 강사님이 오셨지만 누구도 적응을 못했다. 그래서 서블릿을 배우는 시점부터는 학원이 그냥 자습실이 됐다. 다 각자 도생. 알아서 패캠을 보건 인프런을 보건 스스로 어떻게든 스프링을 배워서 프로젝트를 해야 했다. 정말 그 시점에는 온 우주가 나를 안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하루 16시간 이상을 공부 의지로 불태우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아마 대다수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이탈자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 중 몇명은 다른 학원도 알아보았다. 정말 좋은 어떤 강사가 있다고 해서 거기로 간 사람도 있던 것 같다. 그런데 전해 듣기로는 그 학원에서도 또 그런 비슷한 일이 있다고 했다. 재밌는 건 나 역시도 이 학원을 고를 때 하도 국비가 말도 많고 탈도 많다고 해서 강사님 사전조사까지 다 하고 등록했던 거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게 아이러니하다. 어떻게 보면 그게 더 실력 향상에 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니깐 더 독기를 품고 각자, 그리고 팀으로 으쌰으쌰 한 부분도 있으니까. 그래서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학원, 커리큘럼, 좋은 강사가 반드시 필수조건은 아니다.
자바 백엔드 개발자가 되려는 사람이면 열에 아홉...은 심했나 암튼 대다수가 한 번씩 거치는 코스가 있는데 인프런 그분의 스프링 강의이다. 학원에서도 김영한 선생님 강의를 대다수가 들었다. 그런데 만약 최고의 교육이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연적인 사건이라면, 그 많은 수강생들이 전부 쿠배당토 정도에는 취업해있어야 한다.
물론 좀 극단적인 논쟁이긴 하다.
요점은 어떠한 학원을 선택하든 적절한 환경과 적절한 자극이 주어진다면 자기 하기 나름에 따라서 어디든 괜찮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답이 있었다
결국 커리큘럼의 끝은 프로젝트이다. 사실은 프로젝트를 하려고 학원에 들어온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그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오프라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국비 학원을 온 이유이기도 했다.
역시나, 직접 해볼 때 실력이 는다. 우리 팀은 세 명이었는데 스프링 부트와 JPA를 사용해서 쇼핑몰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만 하면 너무 평범하니깐 스프링 시큐리티, 레디스, 카카오 페이 API, 도커까지 곁들였다.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기술 중에 학원에서 배운 기술은, 자바 빼고 없다. 진짜. 왜냐면 진짜 자바 밖에 배운 게 없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해야 하니까, 이대로 가면 망할 거 같아서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2주의 가량을 - 꽤 긴 시간임 - 책, 강의, 인터넷 온갖 방법을 써서 어떻게든 스프링과 JPA를 공부하는 데 썼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하면서 시큐리티를 공부했다. 덕분에 인강 콜렉터가 됐다(인프런과 패캠은 나를 vip로 등업해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여차 저차해서 해냈다. 학원 다니면서 배운 게 예를 들어 10이라면 팀 프로젝트를 하며서 배운 게 90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프로젝트가 다 했다.
그래서?
학원 다니는 사람들의 목표는 어쨌든 다 똑같다. 백엔드 개발자로 취업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나도 그러려고 학원을 왔고, 이제 그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
학원 수료를 하고 이력서를 썼는데, 생각해 보면 이것도 좀 좋은 학원을 다니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그런 게 없었다. 그런데 취업하고 나니 회사에서 팀장님과 팀원들과 이야기하면서 학원 얘기가 나왔다. 요즘 이력서들은 무슨 코칭 받은 것 처럼 다 똑같다고. 그래서 믿을 수가 없고 거르게 된다고. 그러니까 이게 역설적이다. 반드시 유명한 부트캠프나 학원이라고 해서 보장된다는 법은 없다는 이유이다.
우선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졌던 마음은 정말 불안이 반이었다. 그래서 플랜 비, 플랜 씨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플랜 비는 뭐였냐면 뻔하지 뭐, 부트캠프 하나 더 듣고 더 준비하자는 거였다. 그런데 운이 좋게 학원 수료 후 2개월 정도 된 시점에서 원하던 곳으로 취업할 수 있었다.
궁금해 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당시 내 스펙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 33살
- 다른 일 경력: 카페 사장 1년 + 코인 트레이더 2년 + 스타벅스 바리스타 6개월
- 책 출판
- 4년제 대학
- 인문대 수석
- SQLD
- 정처기 필기
- 방통대 컴퓨터과학과 3학년
- 듣보 학원 6개월 수료
그러니까 진짜 뭣도 없는 생신입인데 심지어 대학생이다. 실제 일 경력이라고 하면 스벅 6개월... 도대체 뽑아줄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나이라도 적으면 키울텐데 말이지. 나이에 걸맞는 경력도 없다. 학원에서 같은 또래들은 대부분 3-4년의 버젓한 직장 경력이라도 있었다. 취업에 있어서 그들이 부러웠다. 내 이력서를 보면 좀 암울한 생각이 자주 종종 들곤했다.
그럼에도 나는 뭔가 좋은 회사가 가고 싶었다. 당시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의 기준은 이랬다.
- 스프링 부트 + JPA를 쓸 것
- MSA 아키텍처일 것
- 인텔리제이를 쓸 것
- 좋은 코드를 지향할 것
- 기술력에 대한 관심이 있고 코드리뷰 같은 것들을 할 것
- 자사 서비스를 운용하는 회사일 것
일단 jsp, 서블릿, 타임리프를 쓰는 데는 가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클립스를 쓰는 데는 진짜 죽어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회사를 고르는 기준은 간단했고 조건에 부합하면 다 썼다. 마지막 조건에 대해서는 타협을 좀 했다. 그래서 괜찮은 SI 같으면 썼다.
주변에 보면 200 군데를 지원하고 5 군데 정도에서 연락오면 많이 온거다,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또 어떤 데를 보면 30 군데 지원했는데 25 군데에서 연락이 와서 골라서 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니까 사바사인데, 나 역시 취업 시장을 겪으면서 자존감도 낮아지고 회의감도 많이 들었지만 남 얘기는 듣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 차원에서 "나를 안 뽑으면 당신들이 손해지"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계속 주입했다. 동시에 "안되면 때가 아닌 거니까 더 실력을 쌓자"는 의식도 계속 주입했다. 남들이라면 (또 남들 비교...지만 쩔수닷) 스물 중반에 겪는 취업 시장을 33살 먹고 처음 겪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다사다난한 감정을 겪기도 하고 성장통도 겪기도 하고 그랬다.
나의 경우에는 한 150군데 정도를 쓴 거 같은데 15군데 정도에서 서류 통과했고 그 중에 7개 정도에서 면접을 봤다. 네 군데였나? 코테에서 떨어졌고 나머지는 지금 회사가 붙어서 안가게 됐다.
그 중에서 운이 좋게 면접을 보다가 여기를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회사가 지금 회사였다. 위에서 가졌던 모든 조건이 부합했고 거기다가 위치도 가까웠다. 면접을 보면서 이 회사의 기술력이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을 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확신을 받았다. 그래서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잘되어서 취업에 성공했다.
회고
3년 전만 해도 나는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살았다.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부터는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사는 것 같다. 물론 말 그대로 그 생각'만'하고 살지는 않는다. 삶의 기조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건 어느 정도 성격, 기질 탓도 있는 것 같다. 목표가 생기면 그걸 꼭 달성하지 않으면 몸을 가만히 냅두지 못하는 게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다. 그런데 그 덕분에 나를 채찍질할 수 있었고 반드시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집념에 따라 그걸 성취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의 국비 지원 후기와 개발자 취업 이야기는 어쨌든 해피엔딩이긴 하다.
그런데 항상 무언가에 쫓겨 사는 느낌이 든다. 그건 개발자가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이다. 왜냐면 이건 '전문성'에 있어서 시작이지 끝이 아니니까. 국비가 되었건 부트캠프가 되었건 그 목표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나에겐 개발자라는 일이 잘 맞는 일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게 좋다. 무언가 계속 배울 게 있다는 게 내 성향과 잘 맞는다. 학부 때부터 연구하고 그걸 발표하는 일을 즐겨했었다. 개발자를 하면 돈을 받으면서 그런 비슷한 것을 자주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몰입. 코딩을 하다 보면 몇 시간이 훌딱 지나가는 시간의 왜곡을 경험하는데, 그게 중독같이 매혹적이다. 또, 테크 트렌드에 맞춰서 새로운 기술이라는 매번 달라지는 자극과 그걸 즐기는 일. 이런 것들을 좋아하면 일단 개발자가 적성에 맞지 않나 싶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테스트 코드를 짜면서 얻는 희열, 개발 관련 글쓰기, 그리고 다른 분야 사람들과 협업 하면서 뭔가를 성취하는 일. 아, 그런데 글쓰기라는 말이 나왔으니까 살짝만 빗나가자면 코딩이 글쓰기와 매우 유사한 행위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수학 잘 못하고 컴퓨터 잘 모르는 문과생이라도 그 포인트만 잘 찾으면 개발을 하면서 설레고 재밌고 즐겁고, 그리고 잘하기까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부트캠프 국비지원이 요즘 많다.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도 많다. 비전공자로서 개발자가 되려는 초기 단계에서는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본다. 나도 딱 작년 이맘때에 그랬었다. 돌이켜보면 많이 간절했고 그 갈증을 어쩌지 못해서 안절부절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한 줌의 이야기를 보태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었다. 올해 넘기기 전에 회고 작성하는 일이 숙제처럼 부채감으로 남아 있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을 누군가에게 이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사실 딱히 도움될 만한 내용은 없을 것 같고, 그냥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33살 문과 비전공자 생신입 평범 그 자체 나같은 사람도 개발자가 되었으니 개발자를 못할 사람이란? 없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꼭 이루시라고.
끝.
커피챗 환영합니다 😊
https://open.kakao.com/o/sTp2KQ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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