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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2024년 8월 3-4주차 내가 깨야했던 퀘스트에 대해서 (feat. 패시브 스킬 회고)

by Renechoi 2024. 8. 26.

지난 1-2주간 몇 가지 퀘스트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막 난이도가 높았던 건 아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마음이 분주해 유독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새로운 시작과 온보딩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것이다. 개발자로서의 이직으로 따지자면 두 번째지만, 회사로 따지면 대략 네, 다섯 번째다. 낯선 환경이란 그 자체로 컴포트 존 바운더리 바깥이다. 아직은 온보딩 기간을 겪고 있다. 그리고... 자기소개라는 것을 전사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8월의 마지막 퀘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10주간 정말 치열하게 달려왔던 항해 플러스(이하 항플) 부트캠프를 수료했다. 같은 시기에 가산동에서 백현동으로 이사하는 일도 있었다.

이사와 변화의 기억

이번 이사는 여섯 번째였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 동안 총 6번의 이사를 했다. 그동안 3개의 사업과 6개의 직업을 경험했다. 청주, 서귀포, 화성, 평창, 서울, 그리고 최근의 판교까지 어딘가에 정착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삶을 즐겨왔고 즐기고 있다.

나를 성장시킨 패시브 스킬

그래도 적잖게 돌아다닌 경험이 일종의 패시브 스킬을 조금 벌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유연함: 처음엔 어렵지만, 적응하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 다양성: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 효율성: 돈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좋은 시간을 사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

어쩌면 늦은 나이에 개발 일을 시작하면서도 그나마 중간은 하고 있다면 이러한 패시브 스킬 덕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게 좋은 시간이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서 유의미하게 어려운 문제를 재밌게 푸는 시간이었다.

패시브 스킬의 의미

이쯤에서 패시브 스킬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자.

 

패시브 스킬이란 RPG 게임에서 캐릭터가 자동으로 얻는 능력을 의미한다. 직접 시전하지 않지만, 캐릭터의 전반적인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레벨이 오를수록 공격력이 자연스럽게 증가해 기본 공격만으로도 더 강한 몬스터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인생이라는 게임에서도 시간이 흐르며 얻는 패시브 스킬들이 있다. 이러한 능력들은 삶과 일에 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영향을 미친다.

 

https://maplestory.nexon.com/Guide/N23GameInformation/377411

 

항플을 마치며 간단 회고 (본 회고 아님)

지난 10주간 몰입했던 항플 부트캠프를 수료하며, 수료식에서 약 200명의 개발자들 앞에서 발표했다. 개인적으로 이 발표를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이사와 새 회사 적응이 겹치면서 심적 피로가 너무 심했다.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했다. 할 만한 내용도 마땅치 않다고 생각했다. 기술적 내용을 다루기로 결정해 놓고 나서도 사실 기술 관련된 내용으로 발표를 해본 적이 없어서, 마칠 때까지도 벌벌 떨었던 것 같다.

 

우여곡절을 지나 발표를 마치면서, 항플이 남긴 것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패시브 스킬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항플을 통해 찍을 수 있던 패시브 스킬들은 이런 것들이라 생각한다.

  • 매일 출석 체크를 하며 쌓아온 꾸준한 공부 습관
  • 게더타운과 슬랙에서 나눈 잡담과 심도 깊은 기술적 대화를 통해 길러진 듣고 말하기 능력
  • 그리고 함께 과몰입하며 얼떨결에 정들어 버린 개발자 동료들,,, 그 잡체.

 

지난 10주는 짧았지만 밀도는 정말 높은 시간이었다.

 

경험치 이벤트였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 각 시점마다 특별하게 중요했던 가치들이 있었다. 한때는 낭만이었고, 한때는 돈이었으며, 또 한때는 명성이었다. 이와 같은 가치들이 매 시점마다 내가 깨고자 하는 퀘스트를 만들어주었고 깨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와 삶의 동력을 주었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지금의 내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사실, 아직 찾아가는 중이다. 다만 몇 가지 키워드가 머릿속을 맴돈다. 지속가능성, 도전, 그리고 재미 이다.

 

지속가능성은 현재의 일과 삶이 장기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술 스택이나 학습 방향, 커리어를 생각할 때 장기적인 인생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한다. 어떤 면에서 큰 방향만 잡는다면 꾸준히 묵묵히 나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너무 생각이 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 종종 조급버튼을 자극하곤 한다.

 

액티브 스킬로서 몇 가지를 찍어야 한다면, 정말 레벨이 많이 올랐을 미래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은 무엇일까. 지속가능성은 복리로 쌓아가야 할 무형 자산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도전은 말 그대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다. 항상 익숙한 것만 반복하다 보면 성장은 멈춘다. 일반적으로 많은 경험은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경험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관점도 있다.

 

내재된 충동 가운데 어떤 것들은 확실한 현상을 너무 많이 경험해서 생기고, 또 어떤 것들은 너무 적게 경험해서 생긴다. 한마디로 이 결점은 인류 보편의 단축키라고 할 수 있는 선입견과 인지편향이다.
-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키트 예이츠 저, 웅진 지식하우스 출판), 16쪽

 

경험과 선입견의 경계는 모호하다. 10년 차의 경험은 1년 차의 경험을 반드시 압도하는가? 1년 차의 경험은 신입의 경험을 반드시 압도하는가? 때로 유연한 소프트웨어를 추구해야 한다는 개발 방법론 그 자체가 고착화되는 아이러니를 본다. 개발자로서 이러한 함정을 피하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마음을 갖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도전이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좀 더 본질적으로 내 사고의 틀을 깨고,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 자체가 일상의 도전이다.

 

나는 나를 포함해서 개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 좋은 코드, 좋은 아키텍처가 한 가지 정답으로 귀결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 경험에서는 (인문적 경험 다수 주의) 획일성과 다양성의 밸런스 게임에서 다양성이 답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재미.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조건이어도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항상 흥미를 잃지 않도록,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들을 찾고, 즐겁게 일하려고 한다.

인생은 퀘스트

아무쪼록 인생은 퀘스트.

 

8월 퀘스트를 깨면 9월 퀘스트가 또 열린다.

퀘스트가 있으면 신나는 이벤트도 기다리고 있는 법(김한결 선생님)
https://www.linkedin.com/in/kimh4nkyul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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