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기록] AI 시대 창의적인간
- 저자
- 이시한
-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
- 출판일
- 2024.12.05
과연 AI의 위력을 직접 체감한 후 질문법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 책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관련 강연 역시 많았더랬죠. 그런데 질문법 관련 강연 후에 또 많은 분이 비슷한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AI가 모든 질문에 답을 주는 시대에 도대체 인간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가?"하고요.
이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인간의 창의력'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창의력은 AI 시대 이전의 개념과는 다릅니다. 매뉴얼화되고 방법론이 나와 있는 창의력은 오히려 AI가 더 잘 구현하거든요. AI 시대의 창의력은 기존의 창의력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p. 6
창의력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아무리 빛나는 아이디어라도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결코 창의적이라는 평을 들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창의력에 대한 과거의 다양한 논의들은 이제는 더 이상 창의적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너무 많이 다루어지고 언급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 Al라는 새로운 협업 도구가 등장하면서 AI와 공동으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공동 창의성은 이전에는 없던 시도이자 개념이기 때문에 AI와 협력해 만든 결과물은 충분히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AI 시대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창의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죠.
- p. 8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천재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때부터 창조가 인간의 몫으로 넘어왔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기독교 중심 시대에 창조는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거든요. 이전 시대에서 세계를 이해하는 필터가 성경이었다면, 이제는 인간의 이성이 세계를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도구로 등장한 것이죠.
- p. 29
인문•예술에서의 창의성은 여전히 전통적인 창의성 개념하에 있다면, 과학•기술에서의 창의성은 '발견'이라는 개념과 연결됩니다.
과학• 기술은 문제 해결, 효율성 향상, 객관적 진리 탐구에 중점을 두며, 그 결과물은 보다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기술에서의 방법론은 논리적 사고, 실험, 데이터 분석 등 체계적인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과학•기술에서는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한 혁신이 중요합니다.
- p. 36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두 가지 개념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하늘에서 점지한 천재의 타고난 창의성'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관점 전환'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에서의 창의성입니다. 다양한 요소를 연결하고, 바꿔보고, 혼합하는 가운데 생기는 여러 가지 의외의 발견들이 창의성과 연결됩니다. 과학 기술에서의 창의성이 반드시 해당 분야에서만 발휘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방법론들은 초기에는 주로 과학 기술 분야에서 사용되었지만, 점차 일상의 문제나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되었습니다.
천재들의 독점 체제였던 창의성은 개념 전환을 거쳐 민주화되고 대중화되어서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비즈니스나 일상 생활에서 창의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천재적으로 사고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가령, 회사 CEO가 "근무 효율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창의적인 근무시간 배치법을 찾아보자"라고 했을 때, "그렇다면 저는 가장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2시간이니까, 2시쯤 나와서 4시까지만 일하고 들어가겠습니다"라는 파격적인 방법을 제시하라는 게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틀 안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재배열하는 정도의 '창의성'을 원하는 것이죠.
p. 38
오늘날 창의성 교육에서 강조되는 것은 '문제해결 능력'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창의적 문제해결력'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데요.
인문이나 예술 분야에서의 창의성은 감정, 경험, 아이디어의 표현과 해석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대한 결과물은 주관적이고 다양한 해석 이 가능합니다. 반면 과학•기술이나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창의성은 문제 해결, 효율성 향상, 객관적 진리 탐구에 중점을 둡니다. 이에 대한 결과물은 보통은 지표나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기술이나 비즈니스,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창의성은 나온 것을 새롭게 활용하고, 두 가지 이상을 융합하고, 기존의 것에서 다른 면을 통찰해서 새로운 면을 찾아내는 식의 창의성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창의성은 바로 이런 문제해결적 창의성이고, 과학• 기술에서의 창의성이며,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창의성입니다. 이런 창의성은 천재적 영감이 아닌,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려는 노력과 의지에서 나옵니다. 발전하고, 개발하고, 개량할 수 있는 창의성인 것이죠. 그리고 바로 이러한 창의성이 현대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고요. 오늘날 세상을 바꾸는 창의성은 화가의 붓 이나 음악가의 악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엔지니어의 뿔테 안경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만드는 것은 비즈니스맨의 금테 안경에서 나오죠.
지금까지 인류의 창의성 발전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창의성은 현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사적인 변화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은유적으로 말하면, 인류의 창의성 발전은 마법에서 마술로 넘어오는 과정과도 비슷합니다. 마법사는 타고나는 종족이라면, 마술사는 연습하고 훈련하는 직업이니까요.
- p. 51
이 교육을 진행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똑같은 뼈대 위에 살과 털을 어떻게 입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되기도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었어요. 핵심이 되는 뼈대는 그대로인데, 그 위에 무 언가 다른 것들을 더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거잖아요.
창의성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요소 중에서 뼈대가 되는 요소를 정확히 잡고, 그 위에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아예 다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죠. 다시 말해서, 기존에 있던 것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나 지켜야 할 요소, 즉 뼈대만 남기고 그 외의 부분들은 과감하게 제거한 다음 그 위에 조금 다른 시선으로 살이 될 만한 디테일을 더하면 기존의 것과 매우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뼈를 토대로 하므로 핵심은 같지만, 겉보기에는 완전히 달라 보이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거죠. 하지만 그 결과물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 기보다는 기존의 것에 대한 변형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
- p.58
이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때 출연진 중 한 분이 카이스트 수학과 박사 출신이어서 손쉽게 문제를 풀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못 풀었고, 제작진이 힌트를 제공한 후에야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수학과 박사도 풀지 못했다는 사실은 하나의 힌트가 되는데요. 아무리 숫자나 기호 카드를 옮기고 재배치해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뜻이 되거든요.
이 문제를 풀려면 관점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확하게는 '전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문제가 나오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제한 사항 안에서 카드를 움직이게 됩니다. 색다른 방식으로 카드를 움직여도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상상을 못하는 거예요.
이 문제를 풀려면 두 가지 전제의 전환이 필요한데, 하나는 카드를 겹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카드를 겹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대다수가 무의식적으로 이런 방법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필요한 전제의 전환은 카드를 움직일 때 45도 회전해서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금지하지 않았으니까요.
자, 이제 카드를 겹칠 수 있고 45도 회전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다시 문제를 보면 해답이 보일 겁니다. 해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 p. 70-71
100년 전만 해도 전통적인 가치와 규범, 집단적 사고와 일관성을 중시하는 사회였습니다. 그런데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집단주의적 사고의 무서움을 깨달은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창의적이거나 독특한 접근 방식이 종종 비전문적이거나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다양성과 개인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하면서 개인의 창의성이 장려되기 시작했습니다. 창의성에 대한 정식적인 연구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전후의 세계 질서가 잡혀가기 시작한 1950년대 이후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 시기가 되어서야 개개인에게 독창적인 사고와 표현이 장려되었고, 그런 능력이 사회적 성공과 직결되는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한 거예요.
- p. 105
지금까지 살펴본 창의성의 연대기를 정리하면, 창의성은 신이 주신 선물에서, 타고난 천재만의 독특한 특징이었다가, 훈련과 노력으로 누구나 어느 정도 습득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변화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화되던 창의성은 커다란 문제를 맞닥뜨리게 돼요(정확하게는 인간이 문제를 만나게 된 거죠. 창의성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요).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법들을 프로세스로 정리했을 때, '관점의 전환'이나 '연결' 같은 뚜렷한 방법론이 나온다는 것은 결국 이를 기계 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거든요. 이러한 기계적 연결을 인간이 훈련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누구나 창의성을 가질 수 있다는 개념이 된 거잖아요.
그런데 AI가 등장하고 아주 짧은 시간에 성능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AI가 이 기계적 방법을 쉽게 적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생성형 AI에 'A와 B를 연결해서 창의적 대안을 찾아줘'라고 요청하면, 금방 그럴듯한 답을 내놓거든요. 이전까지 창의성은 인간의 경쟁력이고 유한 특징으로 여겨졌지만, 현재 AI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들의 창의성 역시 꽤 인간적입니다. 반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속도로 보자면 굉장히 비인간적이기도 해요.
그래서 오늘날 인간들은 창의성의 위기이자 정체성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지금까지 정리한 것이 창의성의 정체라면, 이미 인간은 창의성의 생성 속도에서 AI에 뒤처지고 있고요, 머지않아 창의성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AI를 능가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물론 0.001퍼센트의 천재가 가진 창의성은 기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일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이고 일반적인 창의성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AI에 주도권을 내줄 것이 너무나 자명해 보입니다.
- p. 118
단순히 사람보다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이유로 생성형 AI의 유용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상위 2퍼센트에 속하는 전문가들은 AI보다 더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나머지 98퍼센트의 대중은 그렇지 못합니다. 생성형 AI는 이 98퍼센트의 대중이 상위 2퍼센트의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그에 근접한 퍼포먼스를 내도록 도와주는 기술이에요. 그것도 매우 빠르고 간편하게 말이죠.
사진작가가 웅크린 플라밍고를 찍기 위해 카리브해 해변에서 몇 시간이고 순간 포착을 하면서 정성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했다면, 이제는 클릭 몇 번으로 이와 근접한 품질의 결과물을 생성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AI는 상위 2퍼센트의 창의성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98퍼센트의 창의성을 상향평준화 해주는 도구인 셈입니다.
- p. 133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에는 지켜야 하는 규칙이나 법칙이 있고, 대중이 선호하는 진행 패턴이나 리듬 또한 어느 정도 공통적인 부분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미술 역시 시대마다 유행하는 양식, 기법, 묘사 방법이 있습니다. 이러한 스타일을 조금씩 변형하는 것의 차이죠. 이처럼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사실은 일정한 패턴과 규칙에 기반한 것이고, AI도 이러한 패턴을 학습해 창의성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죠.
- p. 140
AI 시대의 창의성은 앞서 설명한 분석-기획-선별-편집의 4단계인데, 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을 하나 꼽자면 에디팅 능력, 즉 편집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4단계에 조금 더 많은 의미를 합한 것을 '매니지먼트'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니지먼트는 한국의 일터에서 좁은 의미로 쓰이다 보니 단순히 인력 관리 능력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본래의 의미는 주어진 목적에 맞춰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여러 가지 사항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여러 요소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매니지먼트이기도 하죠.
창의성 역시 이러한 매니지먼트 프로세스를 통해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사람과 AI가 매니지먼트의 단계를 거쳐서 보다 빠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크리에이티브 Creative' 와 '매니지먼트Management'를 합친 '크리지먼트 Creagement' 라는 용어로 부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 p.191
크리지먼트는 창의성을 실제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기보다는 창의성을 관리하는 개념입니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각 분야의
A들이 고도화되고 대중화될수록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개념이자 능력입니다. 이는 마치 실무자가 관리자로 넘어가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전환이죠. 혹은 선수가 감독이나 코치가 되는 변화와도 비슷하고요.
- p. 197
메시와 호날두는 특별한 경우고, 대부분의 축구 선수는 35세가 넘으면 슬슬 은퇴하거나 코치직으로 넘어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40세가 넘어서도 끝까지 선수 역할만 고집하고 다음 스텝을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습니다. 현재 AI와의 경계가 그렇습니다. AI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쉽게 생산하고, 많은 사람이 이를 대중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창의성 플레이어로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어질 것입니다. 이제는 플레이어로서 역할은 AI에 맡기고, 각각의 퍼포먼스를 어떻게 조합하여 팀으로서 최고의 성과를 끌어낼지 고민하는 감독의 역할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인간의 창의성은 그래서 골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승으로 이야기됩니다. 즉 개별 아이디어보다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활용해서 어떤 결과와 효과를 만들어낼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게 더 실용적인 관점인 것이죠.
그런데 그동안 창의성을 논할 때 우리는 플레이어로서의 창의성, 즉 '어떻게 창의적일 것인가'라는 기술적인 측면에만 집중했습니다.
이제는 디렉터로서의 창의성, 즉 결과물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각각의 창의적인 퍼포먼스들을 활용해서 전체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존의 창의성 개발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디렉팅 능력을 향상해야 하죠.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지만 감독으로서는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초라한 선수 시절을 보냈지만, 감독으로서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들도 많았죠. 창의성의 기준과 요구가 바뀌어 가는 이 시점에서 그러한 반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창의적이었던 사람들이 AI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고요, 지금까지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AI를 이용해서 새로운 기회를 잡고 치고 나올 수도 있어요.
다음 장에서 제시하는 '관리하는 창의성'이라는 측면의 계발 방법을 연습하고, 훈련하고, 실전에 적용해 보면서 AI 시대에 누구보다 창의성을 잘 관리하고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p. 198 - p. 199
결론적으로 '촉'은 우리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경험과 학습을 통해 내재된 패턴을 빠르게 인식하고 반응하는 직관적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축적한 정보를 기반으로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많은 경우 이전의 경험과 암묵적 학습에 크게 의존합니다. 이러한 직관적 판단은 종종 정확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의 뇌가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학습한 패턴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촉이 좋다'라는 것은 직관적인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죠.
- p. 234
스티브 잡스는 획기적인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던 핸드폰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새로운 기기가 등장할 때라고 판단하고, '핸드폰 + 휴대용 인터넷 디바이스+아이팟을 하나로 결합하는 개념의 스마트폰을 구상한 것이죠. 그리고 미니멀하고 깔끔한 디자인과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입력장치인 손가락이라는 요소를 이 복합적인 기계의 매력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한데, 이 새로운 기계는 그전까지는 시장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었기 때문에 수요 조사 자체를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 제품의 개발과 출시를 결정하는 데 스티브 잡스의 직관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죠. 스티브 잡스는 "대개 사람(소비자)들은 당신이 뭔가를 보여 주기 전까진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촉을 과할 정도로 확신하고 믿었던 사람인데, 과거의 성공 경험과 지인들과 나는 대화가 이 촉을 가다듬는 역할을 했어요.
- p. 273
이제 직장인 K의 꿈은 스스로에게 달렸습니다. 꿈을 이룰 도구들 은 이미 준비되어 있고,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와 창의성뿐입니다. 다만, 수많은 작품의 홍수에 쓸려 사라지는 작품이 되지 않으려면 차별화된 창의성을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차별성은 세부적인 창작 과정 보다는 창작물들을 선별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을 이해하고, AI시대의 창의성을 갈고닦기 위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 p. 288
창의성이 일부 타고난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약간의 방향 전환과 기술적인 연습으로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는 개념이 정립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론적으로는 70~80여 년이 되었지만, 대중적으로는 아직 이러한 인식이 널리 퍼지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창의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지 않거든요. 하지만 개인의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실제로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은 창의적인 개인들입니다. 이들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창의성을 습득해 나갔고요.
창의성은 계발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이제야 막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AI의 시대가 훅 다가와 버렸습니다. 마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돌아선 순간, 저 멀리 있던 플레이어가 눈앞에 나타난 형국이랄까요. 그러면서 창의성에 대한 요구, 기준, 형태 등이 일대 전환을 맞이했습니다. 물론 창작물이나 업무 결과에서 창의성이 발현되는 방식은 같지만, AI 역시 그런 결과물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창의성 개념을 그대로 두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 위기에 처했습니다.
따라서 AI가 생성한 결과물과 차별화되려면 창의성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제 인간에게 요구되는 창의성은 창의적 결과물의 선별과 편집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데 있습니다. 이 과정 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먼저 일차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인간과 그 방향성에 맞춰 구체적인 결과물을 생성하는 AI가 공동으로 협력하여 일을 잘 수행해야겠죠. 이렇게 나온 결과물을 선별하고 편집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부여하고, 차별화된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 인간의 경쟁력이 되는 창의성입니다.
이런 과정들을 보면 결국 창의성을 매니지먼트한다는 개념이 됩니다. 따라서 AI시대의 창의성은 매니지먼트 개념이 포함된 '크리지먼트'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을 잘 이해하고, 능숙하게 만든다면 AI 시대 개인의 능력은 극대화됩니다. 창의적인 콘텐츠와 비즈니스를 혼자서도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 조금 더 확장하면 조직과 팀 차원에서도 창의력을 효과적으로 매니지먼트할 수 있게 됩니다. AI가 회사나 팀의 창의성도 극대화할 수 있는 거죠. 물론 이를 잘 다루는 개인들이 곳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해준다면 말이죠.
- p. 290